요즘 들어 실제 우주여행 상품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보통사람들에게는 우주여행이란 그림의 떡이다. 보통사람이 직접 우주탐사를 체험할 수 없다면 유일한 대안이 영화를 통해 우주여행을 체험하는 것일 게다. 여기에 가장 적합한 우주여행 체험 영화 한 편이 있다. <유로파 리포터>란 다큐 장르의 가상 기록물 영화이다. 2013년 나온 세바스찬 코르데르 감독의 작품인데 특별한 영웅이 따로 없고 탐사선 승무원 6명 전원이 영웅인 휴머니즘적 색체가 강한 영화이다. 


유로파 리포트의 한 장면 


외계의 생명체를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우주개발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해 왔다. 현대에 와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가장 많은 태양계 행성 중 하나로 목성의 위성 '유로파'가 거론되고 있다. 그 이유로 유로파의 지표가 지구의 남극대륙과 유사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물은 생명의 원천으로 생명의 존재 여부에 필수적인데 유로파가 두꺼운 얼음으로 덮혀있지만 그 얼음 아래에는 수심 100km 이상의 거대한 바다가 있을 것이란 사실은 현대 첨단 과학의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로 볼 때 거의 확실시 된다. 지구의 선캄브리아기 시대의 극한 환경 속에서 첫 생명체인 단세포 동물이 탄생했듯이 유로파가 아무리 극한 환경 속이라 할지라도 거대한 바다 속에는 낮은 중력과 희박한 태양 빛으로 인해 자체 발광을 하는 거대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괴 생명체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이러한 철저한 고증적 방식과 과학적 근거를 적용하다보니 이 영화가 다큐 형식으로 제작되었나 보다. 영화의 형식 덕분에 사실적 미스테리를 따라가며 우리가 실제로 탐사의 현장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몰입감이 있다.


우주 생명체에 대한 관심이 점차 거세어지자 인류는 실제로 가서 살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역사상 처음으로 6명으로 구성된 유로파 탐사대를 결성한다. 6억2800만km란 엄청난 거리에 있는 미지의 행성 유로파를 향해 기나 긴 우주항해를 하는 동안 영화는 우주의 장엄미뿐만 아니라 탐사대원들의 아기자기한 생활모습까지도 보여주니 가상의 다큐지만 실제를 방불케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긴 여정 중에 겪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거치면서 대원들의 표정과 행동을 통해 보여주는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영화는 탐사선 안팎의 모든 장면이 자동으로 캠코더에 촬영 및 저장되어 지구로 송신되도록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도중의 우여곡절 속에 지구와의 교신이 두절되었다가 막판에 가서 통신이 복구되어 탐사대의 모든 기록이 지구로 전송된다. 지구에서는 이 리포트를 따라 스토리를 재구성하고 이렇게 재구성된 리포트를 따라가며 경험한다는 설정이다. 그러니 탐사대원들의 경험이 마치 실황중계를하듯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된다. 최고의 실감을 전달하는 영화다.


줄거리를 대략 훑어보자면 유로파에 착류하기 전에 태양폭풍으로 통신장비가 망가지자 이를 수리하는 와중에 엔지니어 안드레이가 위험에 놓이자 그를 구하고 제임스가 희생된다. 천신만고 끝에 유로파에 착륙하여 얼음을 뚫고 수중 탐사 로봇을 투입했지만 로봇은 원인모를 물체의 공격으로 박살이 나고 만다. 해양과학자 카티아 박사는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며 홀로 얼음 위 샘플 체취에 나선다. 체취한 샘플에서 생명의 자취를 발견하여 기뻐하기도 잠시, 얼음이 붕괴되고 바다에 빠진 카티아의 크게 뜬 눈동자에 비친 움직이는 불빛의 괴물체가 크로즈 업 된다. 탐사선의 선장은 카티아의 발견과 죽음을 헛되게 할 수 없다며 지구를 향해 이륙을 시도하지만 유로파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불시착 한다. 이 과정에 한 사람씩 대원들이 죽어가고 안드레이는 모두 죽는 한이 있더라도 유로파 탐사 정보만은 살려야 한다며 자신을 희생하여 최후수단으로 통신시설을 복구한다. 마지막 남은 대원 로사는 탐사선이 바다 속으로 추락하자 더 이상 살아날 방도가 없음을 직감하고는 탐사선의 문을 활짝 열어 바다 속 발광 생물체들이 촬영되어 지구로 전송되게 한다. 영화는 이렇게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지만 질문과 함께 긴 여운을 남긴다.


영화의 시종을 관류하는 테마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지식들에 비하여 우리 삶은 얼마나 중요할까요?"란 로사의 멘트다. 역사적으로 인류의 삶과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 위대한 발견들과 그 와중에 받쳐진 수많은 희생들을 딛고 인류는 지금의 안락하고 평안한 문명의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인류가 광막한 미지의 세계에서 앎을 얻기위해 바친 그 많은 노력과 희생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게 하는 영화로 재미와 의미를 함께 주는 좋은 영화다.


외계 생명의 존재에 대한 의문은 오래 전부터 있어온 강렬한 의문이다. <우주생명 오디세이>를 쓴 '크리스 임피' 같은 이는 우주 생물의 시대가 이미 도래했으니 학교의 교양과목으로 우주생물학을 개설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지구를 제외한 외계 우주생물이 존재하는지 조차도 밝혀지지 않은 판국에 임피가 너무 앞써 가는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이에 대한 그의 말을 한번 들어보자.

"컴퓨터 등의 첨단장비의 발달로 성능을 높인 기술의 혁명은 인류가 우주 먼 곳에서 온 빛을 모으고 우주로 정교한 탐지장치를 보내는 능력도 일취월장 시켰다. 수십 년 안에 인류의 생물학이 유일한지 여부를 알게 될 것이라는 믿음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의 믿음은 거의 종교적 수준으로 확고해 보인다. 무슨 믿을만한 근거가 있는 것 같다. 어떤 실증적 증거가 없으면 믿지 않는 게 과학자들의 생리인데 우주생물에 대해서는 비록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존재 가능성 쪽으로 기운다. 태양계만 하더라도 열 개가 채 안되는 혹성 중에 지구같이 생물이 존재하는 행성이 있는데 우주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태양같은 항성이 있고 그 주위로 다들 태양처럼 혹성들을 거느리고 있을 텐데 생명이 살만한 환경을 가진 행성이 없겠는가. 이런 생각을 한 1960년대의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Frank Drake)가 '드레이크방정식'을 만들어 우리 은하계 내에서 고지능 생명의 수를 추산해 냈는데 결과는 우리 지구 생명이 유일한 생명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이렇듯 실제 과학적 관측을 통한 생명의 존재에 대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비록 연구 대상조차도 찾지 못했지만 과학자들은 우주 생명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다.

"우주에는 인류만 있을까. 저 외계 어디엔가 지적으로 소통가능한 문명이 존재하지 않을까?" 이를 화두 삼아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이 최고 첨단의 지식과 기술로 무장하고 그들의 앎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우선 지구에서 생명의 존재하는 다양한 조건들의 범위를 설정하려면 지구를 속속들이 탐험해야 한다. 지구에서 생물이 멸절하는 다섯차례의 대재앙을 거치고도 5억년이나 살아남은 완보동물 같은 생명이 존재하기에 생명이 우주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극한의 환경까지도 포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의 액화된 메탄과 에탄으로 가득찬 호수에 잠수정을 넣어 생명의 존재를 추적하기도 한다. 외계의 생명은 우리와는 존재방식이 완전히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외계지적생명체탐사(SETI) 프로젝트를 가동하여 얻은 수확을 몇 가지 들어보자. <마스(Mars)>란 다큐 드라마에도 나오지만 화성에 물이 존재한다. 지하동굴 같은 곳에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있을뿐 아니라 NASA에서 직접 촬영한 대로 비록 계절에 따라 수위가 변하긴 해도 화성 지표 역암층에 소금물이 존재한다. 물론 물의 존재가 생명체의 존재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생명의 존재를 가장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것이 물이다. 과학자들은 화성에 적어도 미생물은 존재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태양계 이외의 행성을 SETI가 추적한 것으로 가장 생명의 존재 가능성이 큰 행성이 <케플러 452b>다. 이는 우주로 쏘아올린 게플러우주망원경이 2015년 7월에 발견한 행성으로 크기는 지구의 60%이고 일년이 385일인 지구로부터 1400광년 떨어진 시그누스(Cygnus)계에 속해 있다. 바다, 햇빛, 활화산 등이 이 행성에 존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구와 가장 비슷한 생태적 환경으로 인해 생명의 존재 가능성이 아주 높다. 2018년 적외선 망원경을 장착한 제임스웨브망원경 위성이 발사되면 외계생명 확인이 훨씬 수월해지리라 기대된다. 이 외에도 소행성과 혜성을 우주에 생명을 퍼뜨리는 존재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혜성은 생명의 기초물질인 아미노산을 조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연구의 귀추가 주목된다. 

지구 밖 외계에서 생명의 자취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세계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인식의 폭을 한 수준 높히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벌써 가슴 뛰는 이야기지만 만약 인류가 지구 생물이 유일한 것이아니고 우주에도 다른 생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낸다면 우주는 살아있는 역동적인 우주로 판명될 뿐만아니라 인류역사의 새 장을 여는 발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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