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지로 설국을 보고자 한다면 아이슬란드만한 곳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 이 설국의 오로라가 펼쳐지는 하늘 아래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고자 하는 미친 청춘들 6명의 이야기가 넷프릭스의 다큐영화로 나왔다. 오로라면 오로라, 서핑이면 서핑 하나만 해도 아이슬란드의 설경이 배경이 되어 준다면 어디에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을 텐데 오로라와 서핑을 동시에 보여주다니 이건 완전 상상 밖이다. 

다큐영화 <북극 하늘 아래서>의 한 장면

이 장면을 보고 나니 아이슬란드를 가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오로라가 뜬 밤하늘 아래 바다의 암흑은 너무 짙어 서퍼들의 멋진 서핑 모습을 카메라로 잡을 수가 없자 누군가 서치라이트로 서퍼를 추적한다. 영하 8도C의 높은 파도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부는 바람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그 추위를 아랑곳 하지 않고 뛰어든 서퍼들의 용기는 만용으로 보일 정도로 무모하게 비친다. 그런데 그 무모함 속에 꽃핀 이 환상적인 장면을 보라! 미친 서퍼들이 남긴 "위험이야말로 기쁨으로 가는 열쇠"란 말이 진한 여운으로 감돈다. 이런 인생의 장면을 만나기 이하여 그들은 한겨울의 폭설과 폭풍을 뚫고 아이슬란드의 해변을 일주하는 위험과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환상적인 아이슬란드 오로라

서핑과 오로라가 아니더라도 아이슬란드에 가야만 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세계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먼저 할 일이 '어디를 어떤 목적으로 갈 것인가'일 것이다. 동기와 목적이 뚜렷해야 가고싶은 곳에 대한 열망도 끓어오를 터이니 말이다. 아이슬란드가 눈과 얼음으로 덮인 불의 나라라는 것은 우주여행 전편에서 말한 바 있다. 그러므로 화산과 용암이 만든 특수한 지형이 첫 번째 볼거리일 것이다. 드넓은 노천 온천으로는 블루라군이 압권이다. 간헐천 하면 요세미티만 떠올랐는데 진짜 간헐천은 아이슬란드에 있는 것 같다. 60m 높이로 유황 냄새 자욱한 수증기를 뿜으며 치솟는 게이시로 간헐천과 엄청난 규모의 골든서클 간헐천이 볼거리다. 아이슬란드가 아직도 생동하는 젊은 지형이라 단애나 협곡이 많아 폭포가 발달했다. 고산의 만년설 빙하가 녹아 흐른 물로 수량도 풍부하다. 굴포스 폭포는 3단 계단을 흘러 폭 20m, 높이 32m로 협곡으로 덜어지는데 수량이 하도 많아 한때 수력발전소 건립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자연 그대로 남았으니 천만다행이다. 그외에도 데티포스, 스코가 폭포 등 수많은 폭포가 있다. 

화산이 만든 지형으로 6500년 전에 형성된 케리드 분화구를 비롯하여 키르큐펠 산과 주변 지역은 최고의 뷰포인트 지대로 손꼽힌다. 용암이 빚어낸 주상절리와 검은 모래 해변, 이끼 낀 들판, 피오르 등을 간직한 레이니스 파아라는 특히 절벽에 둥지를 틀고 극지방에만 산다는 퍼핀으로 유명하다. 이 새는 검은 날개, 하얀 배에 유난히 붉은 부리 형상인데 파닥거리며 힘겹게 나는 모습이 영락없는 오리과 새이다. 

쓸쓸함과 황량함을 간직한 아이슬란드 특유의 정취를 느끼고 싶을 때도 아이슬란드로 가라. 쓸쓸하며 몽환적 아름다움을 지닌 아이슬란드가 낳은 시규어 로스의 음악을 들으며 렌트한 4륜구동 차로 1번 국도인 링로드를 따라 섬을 일주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수도인 레이카비크에서 등대로 가는 드라이브 길도 환상이다. 초록이 도는 회색 빛의 이끼로 덮인 드넓은 현무암 들판에 부는 바람소리도 황량한 광야의 아름다움 속으로 그대를 인도할 것이다. 

글라움 베어에는 아이슬란드의 전통가옥들이 즐비하다. 예로부터 아이슬란드인은 몹시도 추운 밤에 외부와 단절된 채 오두막의 불가에 웅크리고 앉아 북극의 세찬 겨울 바람소리를 들으며 시를 크게 암송하고는 했다. 아이슬란드인들이 만일 긴 겨울밤을 침묵 속에서 조롱하는 듯한 바람소리만 듣고 지냈다면 이들의 마음 속에는 공포와 절망만이 가득찼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현명하게도 시의 질서 정연한 운율을 익혀 삶의 사건들을 언어적 심상으로 표현함으로써 불안으로 기우는 마음을 다스리는데 성공했다.

요즈음이야 TV, 영화 들 여러 오락매체가 생겨나서 시를 낭송하는 아이슬란드인들이 많이 줄었겠지만 내적 상징 체계가 없는 사람은 너무도 쉽게 대중매체의 포로가 된다. 우리가 내면의 힘을 키워야 하는 분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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