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무지에서 앎으로 나아가는 큰 도약의 시점을 모노리스(돌기둥)를 만날 때로 설정하여 인류은 어떻게 깨달음을 얻어가는지 또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를 생각케 하는 영화가 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바로 그 영화인데 1968년 4월 개봉된 스탠리 큐브릭 감독으로 우주 SF영화의 고전으로 통한다.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운 우주 영상의 완성도를 보이며 대사보다 음악에 가까운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하다.


영화에서 인류가 암흑같은 무지에서 앎으로 나아가는 순간의 영감을 상징하는 이클립스


이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으로는 한 인류의 조상(원숭이에 가깝다)이 모노리스(돌기둥)와 접촉한 후 뼈다귀를 던지니 길쭉한 우주선으로 변한다. 의미심장한 상징적 기법이다. 뼈다귀가 태초의 인류가 처음 쓴 도구인데 이 도구가 점점 발달하여 우주의 비밀을 탐사하는 우주선이란 도구로 진화한다는 암시가 첫 번째라면, 두 번째 암시는 인간의 폭력성이다. 이 장면 전에 도구를 쥔 원시인이 그렇지 못한 다른 부족을 뼈다귀로 때려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인류는 우주선이란 도구를 만든 현대에 이르지만 폭력성은 여전하다. 이 우주선이 알고 보니 지구를 향한 핵 발사체였다는 사실이다. 도구와 함께 폭력이 인간에게 왔다는 것이다.


영화는 1951년에 쓰여진 아서 클라크의 단편소설 <파수병>이 원작이다. 달에 가기도 전인 1960년대에 아날로그 기술만으로 우주를 완벽하게 재현해 내어 우주 영상미의 걸작으로 통하고 철저한 과학 지식의 고증을 거쳐 만든 영화로 고전으로 불리는 게 다 이유가 있다. 이 영화는 스타워즈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가 아니라 인간이 우주에서 얻은 통찰을 한 편의 장대한 서사시로 쓴 것 같은 작품이다.

2시간 반의 영화의 흐름은 무지 느리고 대사도 거의 없다. 플롯 주제로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영상으로 관객을 설득한다. 영상과 음악의 나열이 대사나 긴박감 있는 전개를 대신하고 있다. 이 영화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전편에 들어있던 내레이션을 완성 직전에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전개에 여백과 추상적인 장면이 많은 것도 본대로 느끼라는 감독의 의도가 다분하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모호한 것도 의도적이다. 관객들이 자유롭게 상상하도록 배려를 한 것이다. 시사회 때 관객 중 241명이나 상영 중에 나가버렸는데 그 중엔 명배우 록 허드슨도 끼어 있었다. 그는 나가면서 "이 딴 게 뭘 말하는지 아는 사람 있어요?"하며 불평을 하자, 원작자 아서가 말하길 "이 영화를 완벽하게 이해했다면 우린 실패한 것이다. 우리가 답을 했던 것보다 더 많은 질문들이 나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우주 역사를 몽타쥬로 압축한 듯한 클라이막스 스타게이트 장면은 당시 아날로그 SFX 기술 시대에는 가히 혁명적인 표현 기법으로 그래픽 특수효과가 난무하는 요즈음 봐도 전혀 부족할 게 없다. 


우주선의 승무원과 대적하는 'HAL 9000'은 인공지능의 컴퓨터로는 대표적인 악역으로 출연해 이후에 인공지능 모티브로 나오는 작품들이 많이 페러디한다. HAL의 각 알파벳 다음 글자를 조합하면 IBM이 된다. 그래서 HAL이 IBM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작자 아서는 한사코 부인했는데 이는 IBM이 자신을 고소할까봐 두려워서 그랬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IBM은 HAL과의 연관성 때문에 제품이 더 잘 팔려나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한다. HAL은 승무원 폴을 우주 밖으로 던져버리지만 선장 데이브에게 제압 당하여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승리로 끝난다. 여튼 인공지능의 문제점을 1960년대부터 예견했다니 원작자의 선견지명이 놀랍다.   


인류는 초월적인 어떤 존재가 만든 모노리스(돌기둥)을 만날 때마다 진화를 거듭해 왔다. 태고적 시절에 처음으로 모노리스를 만나 인류는 폭력과 도구를 얻었고 우주로 진출한다. 다음 모노리스는 달에서 발견되었고 모노리스의 빛이 목성을 비추자 그때까지 달이 한계였던 인류는 외계로 나아가 목성까지 간다. 그 과정에서 인류는 새로운 경쟁자인 인공지능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목성에서 세 번째 모노리스를 만나 다시 한 차례 더 진화한다. 스타게이트를 통해 데이브는 인류로서 자신의 최후 모습을 보며 완전히 새로운 인류인 스타차일드로 거듭나 지구로 돌아온다. 영화는 외계의 존재로 인한 인류의 진화와 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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