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미러링으로 영화 마션을 보다. 얼마 전에 벽걸이 TV를 장만해서 넷프릭스 영화를 쭉 보아왔는데 마션은 넷프릭스에 등록되어있지 않아 스마트폰에 다운 받은 영화를 65인치 TV화면으로 보니 아주 장쾌하다. 화성의 자연경관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오랜만에 아름다운 화성 풍경에 험뻑 취하다. 



마션은 2015년 10월 개봉작으로 리들리 스콧 감독에 맷 데이먼 주연 영화다. NASA의 아레스 3호 탐사대는 화성 탐사 중에 모래폭풍을 만나 대원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폭풍에 휘말려 사라진다. 남은 대원들은 그가 죽은 줄 알고 화성을 떠난다. 화성의 로빈슨 크루소 표류기나, 화성의 캐스트 어웨이라 이름 붙이면 딱 좋을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첨예한 과학적 지식을 갖춘 아마추어 소설가의 소설에서 태어난 덕분에 하나하나 따라가면서도 그다지 비현실적이지도 어렵지도 않게 고개가 끄덕여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영화는 각종 과학적 지식을 설득력있게 보여주어 화성에서의 대기와 기후 상태 하에서 어떤 과학적 지식으로 주인공이 생존해 가느냐에 재미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무래도 나는 좇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구사일생으로 화성의 모래에 묻혀 살아난 주인공 마크가 기지로 돌아온 후 내뱉은 일갈이다. 아레스 4호가 다시 화성을 찾으려면 앞으로 4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남은 식량은 300일치 뿐이다. 어떻게 굶어죽지 않고 버틸 것인가?

"화성이 내 식물학자적 능력을 두려워 할거야" 화성농부로 변신한 마크는 감자를 키우기 위해 기지 내에 비닐 하우스를 만들고 자신의 똥을 거름으로 감자밭을 일군다. 다른 건 다 준비되었는데 물이 문제다. 어떻게 농수를 조달할 것인가. MAV(화성이륙선) 발사장치

에 쓰이는 로켓연료 하이드라진에서 이리듐 촉매를 사용하여 질소를 분리하고 남은 수소를 연소시켜 물을 만든다. 이 쯤 되면 마크는 식물학자를 넘어 뛰어난 화학자로도 손색이 없다. 연소장치에 불을 붙일 땔감으로 동료의 사물함에서 발견한 나무 십자가를 쪼개어 불쏘시개로 사용하면서 예수의 용서를 빈다. 무례했던 탓일까 첫 시도에는 폭발로 호된 신고식을 치루었지만 결국 성공한다. 비닐 하우스에 맺혀진 촉촉한 생명수의 물방울이 커짐에 따라 감자도 싹을 내고 무럭무럭 자란다. 농사를 짓는 한편으로는 장래의 구조선 아레스4호의 착륙 예정지가 현재 기지로부터 무려 3천km나 떨어져 있기에 타고 갈 로보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하여 실험을 거듭한다. 로보의 밧데리를 아끼기 위해 히터도 켜지 않고 운행하다 화성의 추위에 얼어 죽게 생긴 마크는 도착시 묻어두었던 플로토늄 원자력 전지를 파내어 그 열기로 추위를 해결한다. 


NASA는 조금씩 달라지는 화성의 위성사진을 보고 마크의 생존을 직감한다. NASA와 연락할 방법을 고민하던 마크는 오래전에 임무를 마치고 폐기된 무인 탐사선 패스파인더의 존재를 생각해 낸다. 이 탐사선의 착륙지가 아레스 계곡이니 기지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그는 로버를 몰고 가 모래 속에 파묻혀 있는 패스파인더와 소저너를 싣고 기지로 돌아온다. 마크가 패스파인더의 전원을 복구하자 지구에 서도 신호를 받고 원격으로 패스파인더의 카메라를 움직여 마크의 모습을 확인한다. 그는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를 중심으로 원을 그려 26자 알파벳 위치를 정하고 카메라로 가리키게 함으로써 지구와의 첫 문자 교신에 성공한다. 나아가 NASA의 기술진은 패스파인더의 코드 조작 방법을 마크에게 가르쳐서 결국 텍스트 기반의 교신을 하게 된다. 마크가 아레스3호 대원들에게 자신의 생존 사실을 알렸느냐 묻자 NASA는 대답을 못한다. 생존 사실을 알렸을 경우 대원들은 동료를 버렸다는 죄책감에 고통을 받을 것이고, 혹 마크의 구조를 위해 회항할 경우 조그만 문제가 참사로 이어지는 장기 우주 프로젝트의 위험성을 알기에 NASA는 두 달 간이나 마크의 생존 사실을 밝히지 않았던 것이다. 이 사실에 분노한 마크는 전세계로 생중계되는 우주 방송에다 대고 'FUCK'를 연발한다. 


기지의 주거모듈 연결부의 노후로 인한 파손으로 기압차가 생기자 주거모듈과 기지 한 동이 폭발로 날아가 버렸다. 이 사고로

함께 날려간 마크는 금이 가 에어가 새고 있는 헬멧을 테이프로 때우며 기지를 돌아본다. 주거모듈에 있던 감자 농장은 화성의 대기에 노출되어 순식간에 얼어 붙어버렸다. 왜 그렇게 위기의 순간은 많은지, 조금의 실수도 큰 재앙을 몰고 오는 화성의 무서운 환경을 잘 보여준다. 평소 유쾌하며 낙천적인 마크도 낙담하고 좌절감에 몸부림 친다. 


전세계의 여론이 마크를 구출하자는 쪽으로 몰리자 NASA는 다급하게 생존 보급 물자를 실은 우주선을 발사하지만 공중에서 폭발한다. 난감해 하는 NASA에게 중국이 발사체 태양신호를 새로운 보급선으로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한다. 이 때 NASA의 궤도 계산 전문가 리치 퍼넬이 NASA 국장에게 그의 계획을 브리핑한다. 지구로 귀환 중인 헤르메스호를 가속시켜 지구 가까운 곳에서 보급선 태양신호와 도킹한 다음 다시 화성을 향해 출발한다. 그 사이 마크는 로버로 이동하여 미리 착륙시킨 아레스4호의 MAV(화성이륙선)를 타고 헤르메스호와 화성궤도에서 랑데뷰한다는 계획이다. 만일 헤르메스호가 도킹에 실패하면 헤르메스호에 탑승하고 있는 5명의 대원들은 모두 죽게된다. 국장은 너무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리치 퍼넬의 계획에 반대한다. 그러나 NASA의 스텝 미치 핸더슨은 비밀리에 헤르메스호에 리치퍼넬의 항로를 알려주고 헤르메스호의 선원들은 마크의 구출을 위해 우주에서 533일을 더 보내기로 만장일치로 가결한다. 헤르메스호가 화성으로 회항하는 동안 마크는 이륙선 MAV가 있는 곳까지 수 개월의 여행을 위해 NASA 기술자의 코치를 받아 로보를 개조한다. 뚜껑을 떼어내고 확보한 공간에 생명유지장치를 설치해서 로보를 타고 길을 떠나는데 4시간 이동하고 13시간 태양열 충전과 휴식을 하며 몇 개월의 여정을 밟아 마침내 MAV에 도착한다. 


MAV를 개조하여 헤르메스호와 랑데뷰하기 까지 과정은 이 영화의 절정이다. 원래 MAV가 화성의 저궤도에서 우주선과 도킹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는데 보다 높은 고도에서 헤르메스와 랑데뷰하기 위해서는 MAV의 무게를 줄여야 하는데 하는 일이 가히 엽기적이다. 내부의 집기는 물론 헤르메스에서 MAV를 원격조종하므로 제어패널까지 제거하고 급기야 뚜껑도 뜯어낸다. 대신 천막으로 구멍을 막고 MAV는 이륙하는데 가속으로 가해지는 12G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마크는 기절한다. 이륙하는 도중 천막이 찢어져 MAV의 속도가 느려져 헤르메스호로부터 계산보다 68km나 멀어지게 된다. 헤르메스호는 보조로켓을 작동시켜 거리를 좁히고, 마크는 장갑에 구멍을 내어 아이언맨처럼 날라온다. 상대속도가 초속 42m에 이르고 마크와의 거리가 312m로 떨어져서 헤르메스호 선장 루이스는 에어락에 폭탄을 터트려 그 힘으로 헤르메스호를 역추진시켜 마크에게 접근한다. 루이스가 마크의 손을 놓치나 마크는 간신히 루이스의 생명줄을 잡아 랑데뷰에 성공한다. 우주의 암흑 공간에서 붉은 생명줄이 둘을 휘감는 모습은 참으로 환상적이다.


"나를 살리기 위해 수십 억불의 비용을 들였을 것이다. 괴상한 식물학자 하나를 살리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 붓다니. 도데체 왜 그랬을까? 그래 나는 답을 알고 있다. 어느 정도는 내가 진보와 과학, 그리고 우리가 수세기 동안 꿈꾼 행성간 미래를 표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이유는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남을 도우려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리 보이지 않는 듯 하지만, 사실 그렇다." 마크의 이 말이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동료 대원들, NASA 직원 뿐 아니라 중국인들 까지도 인간은 남을 도우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얼마나 따뜻한 영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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