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가장 신비한 존재를 들라면 단연 블랙홀일 것이다. 블랙홀의 근원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부터 시작된다. 1915년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을 통합하여 시공간이란 이론을 제시했다. 이 이론에서 시공간은 물질과 에너지의 작용으로 휘어지고 뒤틀려 있다. 평상시에는 우리 주변의 시공간은 평평한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 이론이 함축하는 바는 아인슈타인이 생각했던 것을 훨씬 넘어선다. 말하자면 이 이론은 어떤 별이 자신의 중력을 견디지 못해 한없이 붕괴되어 우주에서 사라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가능성은 아이슈타인조차 믿지 않았다. 허나 후대 과학자들은 이런 점이 그의 이론의 불가피한 결과임을 입증해 보였다. 

그렇게 밝혀낸 블랙홀의 고유한 성질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자. 사실 블랙홀을 탐구하는 데는 어떤 실험적 결과도 없다. 블랙홀에 대한 어떤 관찰을 통해서 나온 이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위대한 과학적 탐구가 인간 사고에만 의존하여 나왔다니 아인슈타인 이론의 오묘한 경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블랙홀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가령 우리는 블랙홀이 주위의 커다란 별뿐 아니라 빛까지 닥치는 대로 빨아들인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후 그들이 어찌 되는가는 전혀 모른다. 블랙홀에 흡입된 수많은 물체와 정보들은 우리 우주 어딘가에서 다시 나타나는가 아니면 다른 우주에서 나타나는가?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뒤틀어서 시간을 타고 오르내릴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이 중요한 것은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풀어야할 필수 과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못 풀면 미래에서 우리의 후대가 시간을 타고 올라와 우리에게 답을 줄런지도 모를 일이다.

블랙홀의 비밀을 캐는 연구의 최선봉에 선 인물로 '킵손(Kip Thorne)'을 꼽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력파를 검출한 2016년에 영화 <인터스텔라>를 천만 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킵손'은 인터스텔라의 기본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하고 영화가 실제 촬영되는 동안 과학적인 면을 감독한 사람이다. 중력파 검출을 위한 실험 장비를 설치하자고 주창한 사람이기도 하다. 1940년 킵손은 미국 유타주에서 출생하여 캘리포니아 공대를 졸업하고 그 후 같은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그는 천체물리학 중에서도 상대론적 편향과 블랙홀 및 중력파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우주에서 가장 신비스러운 대상으로 여겨지는 블랙홀을 이해하기 위한 그의 노력과 성과는 가히 독보적이다.

인터 스텔라의 모티브가 되었든 웜홀과 타임머신 그리고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그 모태다. 그러므로 우선 이 이론이 발전해 온 과학의 역사를 알아 보자. 일반상대성이론은 1915년 시공과 빛이 중력장에서 휘어진다는 것을 혁명적 이론으로 세상에 나왔다. 1920 년대에는 허블이 우주는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우주의 시공간 자체를 다루는 것이 과학자들의 화두가 되었다. 1930년대에는 백색왜성, 중성자별이나 초신성 등의 별들을 탐구하는 도구로써 일반상대성이론은 더욱 활발하게 연구된다. 

그러나 1940~1960년대에 이르러 일반상대성이론 연구는 침체된다. 제2차세계대전 발발로 연구 방향이 무기개발을 위한 원자와 핵물리학에 집중되었으며,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의 관측 자료들은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원자물리학은 가속기의 발달로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960년대에 접어들어 일반상대성이론은 다시 성숙된다. 우주에서 날아온 전파가 우연히 발견되자 전파 천문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시작되었고, 새로운 관측 데이터와 케이스가 속속 발견되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황금시대가 열릴 배경이 무르익었다.  

킵손은 일반상대성이론의 황금시대가 개막하기 직전인 1962년 9월에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프린스턴 대학교의 '존 휠러' 교수를 스승으로 모시고 일반상대성이론을 연구하기시작했다. 이 연구를 필두로 거침없이 블랙홀 연구를 시작했다. 이때의 블랙홀 연구야말로 일반상대성이론의 황금시대에 가장 중요한 연구가 되었다. 이렇게 보면 킵손이야말로 블랙홀 연구를 위한 가장 정확한 타이밍을 타고난 사람이다. 때를 잘 타야 영웅이 되는 법, 성공한 과학자의 가장 중요한 조건도 역시 시대를 잘 맞춰 태어나는 것일 것이다. 사실 블랙홀은 일반상대성이론의 태동과 함께 태어났으나 그 배후에서 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던 개념이었다. 이론물리학자들은 언제나 이것을 막연히 외면하거나 심지어 적극적으로 배척하곤 했다. 

하지만 다양한 시도 끝에 결국 블랙홀을 받아들이고 블랙홀이 강력한 연구 과제가 된다. 황금시대를 거치면서 블랙홀의 특이하고 다양한 성질들이 밝혀졌다. 블랙홀의 무모성, 안정성, 회전하는 블랙홀, 맥동하는 블랙홀, 그리고 블랙홀의 가장 기이한 성질인 극한의 흡인력과 블랙홀의 복사 등, 킵손은 이러한 블랙홀에 대한 연구로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을 발전시키는데 크게 공헌했다. 이에 따라 이제 블랙홀을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전파 엑스선 천문학은 우주를 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주어 은하에서 나오는 강력한 전파와 같은 블랙홀을 의미하는 여러 종류의 관측 결과가 쌓이기 시작했다. 나아가서 한 쌍의 블랙홀이 관측이 가능할 정도의 중력파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홀의 양자역학적 성질을 이해하여 이를 일반상대성원리에 연결하여 탐구하는 연구가 진전되었다. 그리고 웜홀과 같은 특이한 대상과 타임머신의 가능성도 물리학자들의 연구 대상의 범위에 들어왔다.

한번 상상해 보자. 은하의 중심에는 아마도 태양의 중력보다 백만 배나 중력이 큰 블랙홀이 있을 것이다. 블랙홀 충돌을 알리는 신호가 중력파에 실려 지구에 도착하면 이들 중력파를 검출하고 해독하여 블랙홀의 비밀을 밝힌다. 블랙홀은 증발, 복사로 뜨거운 입자들의 대기로 덮여서 수축하다가 폭발한다. 다른 우주로 가는 무한 중력을 가진 시간과 공간을 잇는 양자역학의 발전으로 타임머신이 만들어 진다면 이를 순간 이동과 시간 여행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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