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해 신비감을 심어준 차원이동 혹은 순간이동 같은 웜홀에 대해 궁금증이 인다. 그러한 세계가 과연 과학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SF 영화의 작가 상상력으로 빚어진 존재인가. 이런 의문에 대해 현대 과학이 어느 정도까지 해석이 가능한지 알아본다.

웜홀은 블랙홀에서 화이트홀로 가는 통로라는 것이 전통적 개념이다. 블랙홀이 자기 중력이 미치는 주위 모든 물체들을 빨아 들인다면 이것들을 내뱉는 곳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곳이 소위 화이트홀이다. 그렇다면 이 둘을 연결시켜주는 통로도 있어야 하니 이것이 바로 워엄홀이다. 

그런데 과학이 진화하면서 생각도 진화하여 요즈음은 좀 달리 해석된다. 블랙홀로 흡입된 모든 물체들을 블랙홀 내부에서 자체 소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는 차차 알아보기로 하자. 우선 그리되면 화이트홀이란 것이 딱히 쓸모가 없을 뿐더러 실제로 관측된 것도 아닌 상상 속의 창조물이니 이를 부정하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웜홀은 블랙홀과 달리 실제로 관측된 적은 없다. 단지 웜홀은 양자요동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생기고 그 크기가 양자 하나 들락거릴 수 있을 정도라니 관측하기가 쉽지않을 테다. 과학자들 혹은 SF작가들은 이 작은 구멍을 잘아 늘일 수만 있다면 아무리 먼 성간이동도 가능할 것이란 상상력을 발동시킨다.

웜홀이 블랙홀과는 상관없이 존재한다는 과학자의 논문도 있다. 물리학자 '킵 손'이 발표한 논문으로 '시공간의 웜홀과 성간여행에서의 유용성(Wormholes in Spacetime and their use for Interstellar Travel)'인데 이에 따르면 웜홀은 우주공간 속에 그 자체로 존재하며 별과 별 사이를 아주 빠르고 쉽게 이동하는 통로로 사용된다고 한다. 그의 이론은 워프 기술이라는 초광속 항행 기술로 설명되는데 이것은 웜홀이나 시공간 왜곡을 이용하여 우주공간에 지름길을 만들어 아주 빠르게 이동하는 개념이다. 실제로 시공간 왜곡 현상은 실측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워프기술은 비교적 가시권에 있지만 웜홀은 아직 실측된 근거가 없기에 하나의 이론으로 치부될 뿐이다. 하지만 영화에도 나왔듯이 종이 비유로 설명된 워엄홀의 존재 가능성은 다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2차원 상에 펼쳐진 종이를 접어 구멍을 뚫어 펼치면 2개의 구멍 간의 거리는 아주 멀지만 둘을 3차원 상에서 마주치게 접으면 바로 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 수 있다. 이와 같이 3차원 공간을 접어 구멍을 내고 4차원 시공간에서 마주치게 만들면 순간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는데 이것이 웜홀이라고 한다.     

영화 '인터스텔라도' 킵 손의 생각을 받아들여 토성 근처에 생긴 웜홀을 통하여 성간여행을 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는 블랙홀과는 상관없이 별과 별 사이의 무지 먼 거리를 이동하는 통로로 사용된다. 실제로 보이저호처럼 우주공간를 여행해서 가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는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의 거리가 4광년이니 시속 5만6천km로 달리는 보이저호로 간다해도 8만년이나 걸리는 먼 거리다. 워엄홀이 아니라면 성간여행을 할 방법이 없을 게다. 다중우주론을 받아 들인다면 다른 우주란 차원이 다른 세계일 테니 지금의 과학적 사고방식으로는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즐비할 것이다. 성간이동의 통로라는 워엄홀도 그런 가능성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워엄홀은 얼음의 숨구멍처럼 차원이 다른 세계로 통할 수 있는 통로일 것이다.

웜홀을 우주의 지름길을 사용하는 이야기 중에 빼어난 작품으로 "도라도에서(at Dorado)"라고 제프리 랜디스(Geoffrey Landis)의 2002년작 단편소설이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은 웜홀 근처에 떠있는 우주정거장으로 여기서는 항구로 나온다. 이 항구 술집의 여급으로 나오는 주인공 치나에게는 이 항구를 기착점으로 삼는 우주선의 선원들이 그녀의 고객이다. 그녀에겐 남편도 있다. 다린이라는 우주 항해사인데 그는 직업상 여기저기 행성과 항구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방랑벽 심한 사나이로 묘사되지면 진짜 문제는 그의 바람끼다. 항구란 항구엔 항상 현지처가 있었다. 그런데 그가 도가 지나쳐 치나가 있는 항구에서도 다른 여자와 딴 살림을 차린 것이다. 이를 알게된 치나는 그와 대판 싸우고 그의 물건들과 짐을 모두 밖으로 내던지며 그를 쫓아낸다. 집에서 쫓겨난 다린은 습관처럼 항구에 입항하는 우주선을 타고 웜홀을 통과해 다른 행성으로 여행 길에 오른다. 그런데 얼마 후 다린은 갈갈이 찢긴 시신이 되어 치나 앞으로 돌아온다. 웜홀을 통해 귀환하던 그의 우주선에 문제가 생겨 우주선이 산산조각나 버린 까닭이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다린의 시신을 붙들고 울고불고 하던 치나가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출근한 바에 다린이 멀쩡한 모습으로 짠하고 나타난다. 사실 다린은 사고난 우주선은 내일 타기로 되어 있었다. 만약 이미 일어난 사실을 알고 있는 치나가 다린에게 우주선 사고소식을 알려주어 다린이 사고날 우주선에 승선하지 않는다면 인과율의 법칙에 의해 웜홀은 붕괴될 것이고 그 입구에 있는 항구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 치나의 선택은 과연 어느 쪽일까?

다린이 느스레를 떤다. "이제 당신 외에 다른 여자는 없을거야. 이번엔 정말이야." 치나는 다린에게 마지막 키스를 하며 대답한다. "나도 알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시간의 역전 현상이 일어 날 수 있을까?

웜홀이나 블랙홀 같은 특이점 시공간의 특이한 성질 때문이다. 우주선을 타고 공간이 압축되어 뒤틀린 웜홀 내부 시공간을 통과하는 과정에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까지도 이동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우주선 이동속도가 광속에 가까울수록 시간이 느려진다는 상대성원리가 여기서도 적용된다. 우주선이 출입하는 웜홀의 입구와 출구 간의 상대론적 속도에 따라 미래나 과거로 갈 수 있다는 '킵 손'의 가설은 타임머신의 이론적 토대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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