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아발론호"

간만에 인간적인 SF영화를 한편 보았다. 넷프릭스로 다운받아 65인치 스마트TV로 보니 볼만했다. 칼 세이건의 <COSMOS>로 불이 붙은 우주여행이 이제 <페신져스>란 영화에까지 흘러온 셈이다.

이 영화는 120년의 동면여행 중 90년 일찍 깨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란 물음에서 시작한다. 어떤 재난 상황보다도 패쇄된 우주공간이 더욱 절박한 재난지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다. 영화는 우주수송선 아발론호(AVALON)가 식민 행성 '홍스테드2'를 향해 동면 승객과 승무원 5천여명을 태우고 120년의 우주항해를 하고있는 가운데 원인을 알수없는 이유로 한 승객이 90년 일찍 동면에서 깨어나면서 시작된다. 짐(크리스 포렛)은 지구에서 엔지니어로 사는 삶에 불만을 느끼고 120년 후 자신을 필요로 하는 세상을 꿈꾸며 식민 행성 '홈스테드2'에 탑승한다. 그러나 120년의 여정 중 30년 밖에 안된 시점에 홀로 우주선에서 깨어났으니 그 심정이 어땠을까? 

1년이 넘도록 우주선에서 이 재난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찾아 온갖 시도를 하며 몸부림치지만 결국 실패한다. 결국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하려는 순간 승객실에서 동면 중인 오로라(제니퍼 로렌스)를 발견하곤 사랑에 빠진다. 그녀를 동면에서 깨우는 것이 차마 저지를 수 없는 살인(오로라가 뒤에 사실을 알고 외친 말)에 가까운 행위란 걸 알고서도 번민 속에서 어찌할 수 없이 일을 저지르고 만다. 

그냥 사고로 90년 일찍 동면에서 깨어난 줄 생각하고 있던 오로라는 한동안 짐처럼 혼란과 절망 속에서 몸부림 치지만 둘은 점점 가까워지고 짐의 안내로 함께 우주유영을 한 뒤로 서로 사랑하는 커플이 된다. 뉴욕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오로라는 250년 후의 세상을 소설에 담기 위하여 이 우주선에 올랐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사고로 그녀의 꿈은 산산히 깨어졌지만 또 뜻하지 않은 사랑을 얻어 이렇게 노래한다. "그와 있으면 내 인생이 끝난 게 아니다. 이제 시작인 것처럼 느낀다."

그런데 뒤에 로봇 바텐더의 입을 통해 짐이 그녀를 동면에서 깨운 사실을 알게된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엄청난 분노에 절규하던 오로라는 연이어 벌어지는 우주선의 심각한 재난상황, 즉 바텐더 로봇이 오작동을 일으켜 주변을 파괴하는가 하면 중력단절로 인하여 수영 중이던 오로라가 공중에 뜬 물 속을 빠져나오지 못해 익사의 위기에 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는다. 이 모든 위기 상황이 우주를 부유하는 소행성의 우주선 충돌로 인한 사고로 일어난 것이며 급기야 우주선의 추진동력을 일으키는 원자로가 이상 과열되어 폭발할 위기에 이른다. 이에 둘은 다시 뭉쳐서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 우주 밖으로 튕겨져 나간 짐은 일시적으로 죽음에 이르나  오로라가 그를 구조해 살려낸다.

우주선의 전망대에서 별구경하는 짐과 오로라

둘은 우주선도 고치고 그 과정에 잃었던 사랑도 회복하여 더없이 행복한 둘만의 생활을 일궈간다. 뒤에 죽은 승무원의 동면기를 이용하여 다시 동면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짐은 오로라에게 동면에 들어서 원래의 꿈을 이루길 종용하지만 오로라는 홀로 삶의 꿈을 찾아가기보다는 밍폐된 우주공간일망정 둘만의 사랑을 선택한다.

그로부터 88년 후 우주선이 목적지인 식민행성에 가까이 오자, 장면은 전환되어 승무원들이 먼저 동면에서 깨어 중앙 홀로 나오는데 짜잔하며 펼쳐지는 것이 나무들과 풀밭, 그 위에 노니는 닭들... 전형적인 전원풍경이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엔딩내레이션.

"너무 다른 곳만 바라보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누릴 수 없어요. 우주의 미아들로 우리는 만났지만 서로 만나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삶을 찾았어요. 아름다운 우리의 삶을 찾았어요."

여태껏 상영된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마션>같은 SF물 중에서 <페신져스>는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작품이라 하겠다.  기존의 SF영화들이 우주비행사나 과학자들과 같은 우주 전문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우주재난을 헤쳐나가며 해박한 우주지식과 더불어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사람들을 압도했다면 이 영화는 우주재난을 겪는 보통사람들(엔지니어나 작가 같은)이 절박한 재난에 봉착했을 때 그들의 마음의 움직인, 감정선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 하겠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우리의 생존에 필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곱씹을 수 있어 좋았다. 또 홀로그램이라든지 바텐더 로봇 등의 첨단 과학의 진수를 보면서 현재 과학의 발전에 찬탄을 금치못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록 영화 속이지만 환상적인 우주여행과 우주유영을 마음껏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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